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옛날 어느 곳에 이른바 권태기를 맞이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내에게 애정이 식기 시작한 남편은 아내로부터 받은 책을 어딘가에 넣어 두고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후 가끔 그 책이 필요해서 찾아 보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남편은 매우 감격하였는데, 무심코 책상 서랍을 열었더니 그 곳에서 잃어버렸던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프로이트의 명저 정신분석 입문이라는 책에 실려 있는 예화이다. 심층심리학를 조금이라고 가까이 한 사람이라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책을 서랍속에 넣어 두고도 발견하지 못한 까닭은 착오행위라는 현상 때문인데, 이는 아내에 대한 무의식적 혐오감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책을 무시해 버린 탓이다. 남편이 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내로부터 받은 책 따위는 발견하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아내의 헌신적인 간병 행위를 보고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혐오감이 사라져 버린 순간 마침내 그의 착오행위는 해제된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와 같은 무심한 행위나 행동 속에 인간의 본심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남의 이름을 잊거나 잘못된 행위는 결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대부분이 무의식적인 동기에 지배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는 발견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의식

융은 프로이트처럼 무의식을 강조하였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세계를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 데 반해, 융은 무의식에는 '개인적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의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단 무의식' 의 심층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 인류에게 공통된 기억이나 이미지가 잠재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을 생리적으로 싫어한다. 뱀이 사람을 잡아 먹거나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융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뱀에 대한 혐오감은 옛 인류의 조상들이 파충류에게 습격을 당했던 당시의 기억이, 유전자에 의해 지금도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융은 정신과 의사로서 실제로 많은 분열병 환자들의 임상치료를 하였다.

그 결과 그들의 꿈이나 망상 가운데에는 현대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태고적이며 신화적인 심벌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와 같은 심벌이 정상적인 사람의 꿈 속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집단 무의식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

기시감(旣視感) 도 이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처음 보는 것인데도 전에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든다던지, 처음 찾은 고장인데도 왠지 낯익은 곳처럼 느껴지는 것은 옛 조상들이 이미 경험했던 기억과 결부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이나 종교, 오컬트, UFO에 이르기까지 규모의 장대함과 신비성은 융 심리학의 커다란 매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융의 인기가 높은 것도 이같은 매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다

융이 주장하는 무의식에는 '개인적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이있다고 앞에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그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것을 '원형(Archetype)' 이라 명명했다.

원형이란 전인류 공통의 기억이나 이미지의 모티프가 된 것을 말한다. 이 원형에는 각양각색의 것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페르소나(가면을 쓴 인격)’, ‘그림자', '아니마(Anima: 남성 속의 여성적 요소)', '아니무스(Animus: 여성 속의남성적 요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페르소나란 사람들이 외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가면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연인을 갖고 싶어하는 젊은 의사에게 젊고 아름다운 환자가 찾아 왔다고 하자. 이 의사는 내심 여자의 전화번호가 알고 싶지만, 노골적으로 그렇게 물어볼 수는 없어서 어디가 아프십니까?' 라는 의사다운 질문만을 하게 된다. 이런 태도는 비단 이 의사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가면을 써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가면을 '페르소나' 라고 한다.'그림자' 에는 개인적인 그림자와 보편적인 그림자가 있다.

개인적인 그림자란 성격의 표면상에 나타나지 않는 면으로서, 표면상의 성격을 보완해 주는 존재이다. 예를 들면, 항상 밝고 활달한 사람의 어두운 부분이 그림자가 되며, 항상 온순한 사람의 활달한 부분이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보편적인 그림자란, 예를 들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나쁜부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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