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일기_1218

주말일기_1218

연말이긴 한가봐 부쩍 외박이 잦아져서 오늘도 주말일기로 대체 해봅니다. 금요일 4시 퇴근이 주는 효용은 생각보다 엄청나서 주말이 3일이 된 것 같음... ㅠㅠ 금4퇴근은 제발 지켜주세요..

주말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특히 이번주는 퇴근 후에 동기들이랑 다 같이 동기 부부네 집에 놀러가서 한 밤 자고왔더니 어디 여행 갔다 온 것 같고 좋네여. 이제는 거의 외사촌 자매들 같은 동기라서 주인 없는데도 막 쳐들어가서 음식 시켜놓고 퍼질러져 있다가 초밥이랑 치킨 먹고 그 집 딸랑구랑 한참 놀아줌. 헬로카봇의 세계는 정말이지 심오하고 복잡해서 나무위키에 헬로카봇 쳐서 공부하듯 외웠움. 장난감들이 죄다 어찌나 고퀄인지 그만큼 비싸겄지..? 요즘 부모님들은 장난감 사느라 정말 허리가... ㅠㅠ

애기들 재우고 나서 진짜 오랜만에 훌라 쳤는데 한 동안 이 멤버로 완전 훌라에 미쳐가지고 퇴근하고 룸식 술집가서 치고 그랬는데 다들 바삐 사느라 한동안 못하다가 하니까 더 재밌더라. 막판에 돈 걸고 (그래봐야 3만원 사행성 아닙니다..) 치니까 지짜 간만에 후끈했다. 대카, 소카, 세븐 포카드 같은 건 대체 언제해보나. 맨날 그거 나오면 얼마인지만 정하고 한 번도 내본적 없음 ㅋㅋㅋㅎ

2016-17년경 훌라에 진심이던 시절...

내 주변 친한 지인 중엔 거의 제일 먼저 결혼해서 애 둘 낳고 사는 집은 이 동기 부부네가 유일한데 가끔 우당탕 하는 것 같지만 그거야 당연한 일이고 정말 너무 잘 살아서 내가 다 뿌듯하고 괜시리 뭉클한 지경ㅎ... 이 집 큰딸내미가 머리가 진짜 좋은거 같은데 커서 의사슨생님 돼서 이모들 챙겨주겠지....?^^!

다음날인 오늘은 아침 일찍 동네로 건너와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 시청. 하남 미사 쪽에 새로 생긴 롯데시네마에서 봤는데 컴포트 관이라고 전 좌석이 리클라이너로 된 상영관이었다. 지쟈스.. 이거 왜 이런데가 있다는 걸 이제 알았죠? 의자가 뒤로 홀라당 넘어가는데 오구 롱패딩으로 뒤덮고 보니까 여기가 영화관인지 집인지... 노잼 영화였음 잠들기 딱 좋았을 건데 다행히 영화가 완전 미쳐가지고 3시간 순삭 됨. 얘네 정말 누구 말대로 이 뒤로 무슨 영화를 어떻게 만들려고 이런 걸 만들었지. 중간에 닥터 스트레인지 거울월드 부분은 진짜... 한 마디로 요지경.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승리호 같은거 만들어 놓고 자화자찬 늘어 놓는 동안 얘네는 이런 걸 만들었다고? 싶어서 약간 오한이 들 정도였음. 콘텐츠 제작이나 VFX 쪽은 정말 아직은 따라갈래야 갈 수도 없는 정도의 수준 차이라는 것과 자본의 위력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영화 보고 나와서 오구네서 늦은 점심 시켜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사락사락 내리기 시작하는 것 같더니 금세 온 세상이 하앟게 뒤덮여서 깜 짝 놀람. 좀 있음 그치겄지 하고 기다렸는데 점점 눈발이 굵어 지길래 아후 빨리 가야겠다 싶어서 5시 좀 안돼서 출발했는데....................... 고작 2km? 정도 거리를 한..시간을 걸려서 갔다는거 실화? 오늘 내가 경험한 일인데도 못 믿겠네. 갑자기 내린 습윤한 눈 + 주말이라 제설 작업 제때 안됨의 콜라보로 도로가 꽝꽝 얼어서는 고바위 마다 차들이 아예 가기를 포기하고 비상등 켜고 서있었움. 견인차도 보고 심지어 추돌 사고 나서 바퀴가 차체에서 빠져나온 차도 봄;; 차들 다 뒷바퀴 계속 헛돌고 차가 갈 지 之자로 주행하는 건 또 처음봤네. 오구가 다행히 운전을 잘 해서 요리조리 어떻게 저떻게 오긴 왔는데 차선도 하나도 안보이고 나였음 울었다.

집에 와서 좀 쉬다가 아빠가 눈 온 기념으로 산책이라도 나갔다 오자고 해서 엄마랑 다 같이 중무장을 하고 나가서 걸었는데 좀 춥고 미끄럽긴 했어도 진짜 너무 예쁘고 동화 속 마을 같고 알게 모르게 건조해진 마음에 갬성 한 줄기 내려옴.

달까지 휘영청이라 눈에 반사돼서 사진이 끝내주게 나왔다. 공기도 넘 맑고 진부하지만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밤 산책.

차도만 없으면 나니아 연대기 엄마아빠 뒷모습 출연 ㅋㅎ

그리고 우리 동네 최고 핫플. 평소엔 한 30분 줄 서야 먹는 거 같던데 사람 별로 없어서 사먹어 봄. 그냥.. 보통 생각하는 그 맛인데 눈오는 추운 날 바로 막 구운걸 호호 불어 먹으니 또 나름 진미 였음.

누구나 가슴 속에 2천원 쯤은 품고 있잖아요?

주말은 매 주 즐겁고 쏜살 같이 흘러가고.. 짧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즐거운 거겠지. 내일도 또 알차게 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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