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부부의 세계, 사랑, 불륜, 부부에 대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 사랑, 불륜, 부부에 대한 드라마
모든것이 완벽했다, 그날전까지는!
부부의 세계는 2020년 3월 JTBC에서 총16부작으로 방영한 드라마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 김희애의 출연으로 제작초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방영되면서 김희애 뿐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가정이, 남편의 배신은 물론 주변인들의 거짓까지 밝혀지면서 아내를 비롯 모두가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사랑, 배신, 불륜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한국드라마 같은데 원작은 의외로 영국드라마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들 중에서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경우는 흔치 않은 데다가 불륜과 배신이라는 소재가 영국에서도 통하는 소재라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합니다.
김희애가 연기한 지선우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고산시 가정사랑병원의 부원장으로 능력도 인성도 좋은 캐릭터입니다. 사랑하는 남편 이태오는 본인에게 매우 자상하고, 반듯하게 자란 중학생 아들과의 관계도 좋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세월이 흘러도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할 정도로 변함없이 사랑하고,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잘 자라는 아들까지 누가봐도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의 인정받는 병원 부원장이라는 지위와 명성까지 갖추었으니 그녀는 누가봐도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룬 삶은 진짜가 아니었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춥다고 건네준 머플러에서 그녀의 것이 아닌 긴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합니다. 별 생각없이 떼어 버릴 수도 있지만, 여자의 직감이란 정말 무서운것이죠. 그 머리카락 한 올을 계기로 그녀의 의심은 시작되었습니다. 남편 주변의 긴 머리를 한 여자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아주 사소한 기억들 하나하나 되집으며 모두를 의심하게 되는 강박증세까지 보입니다.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다잡으려 노력을 할때 쯤 남편의 외도를 숨겨진 차 트렁크의 핸드폰 속 사진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남편이 본인을 속인 것 만으로도 절망스러운데, 가까운 친구와 주변의 지인들마저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해왔다는 사실에 그녀는 분노하게 됩니다. 본인은 사랑받는 아내도, 엄마도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주변인들의 존경과 선망도 모두 포장된 껍데기였을 뿐 다들 속으로는 본인을 조롱하거나 동정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힙니다.
그녀가 남편과 주변인들의 배신에 더 크게 분노하며, 지옥처럼 느끼는 큰 이유는 그녀의 과거에 있습니다. 그녀는 교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님 사이에 외동딸로 유복하게 자라다가 열일곱살이 되던 해에 교통사고를 부모를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세상에 홀로 남은 그녀는 외로움보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동정심이 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때부터인지 그녀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굉장히 신경을 쓰며 살아왔고,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불행한 소녀에서 성공한 여인이 되기까지의 그녀는 모든 노력과 신중한 선택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배신을 알기 전까지 그게 옳았다고 완벽하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악착같이 공부해 서울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고,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얻었습니다. 남편이 경제적으로는 조금 부족하였으나, 누구보다 남편을 믿고 기를 세워주고자 노력하였고, 든든하게 지원을 해왔는데, 그런 남편의 배신이라니 그것도 그런 남편을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준 날 알게되다니 그녀는 충격에 휩쓸립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최선을 다해 이성적으로 남편만을 자신의 삶에서 없애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며 아들마저 그리고 친구마저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감정의 바닥이 드러나고, 마냥 미워할 수도 그렇다고 용서할 수도 없는 남편이기에, 아이 아빠이기에 끊어내지 못한 그 바닥같은 감정은 지속됩니다.
사랑한게 죄는 아니잖아! 사랑은 죄가 아니지만, 사랑이 무엇일까.
남편 이태오를 연기한 박해준은 한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서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특히 아줌마들에게 미움을 아주 제대로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저 역시도 이 드라마에서 그의 언행을 보며 정말 진심으로 화가 나게 되더라고요. 아내를 계속해서 속이려고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이 탄로가 난 다음에 그는 오히려 아주 당당하게 말합니다
"사랑한게 죄는 아니잖아!" 라고요.
참 기가 막힌 말이지요? 그렇죠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죄가 아니겠지만, 사랑하는 그 대상과 상황이 내가 책임을 다해야하는 순간이라면 그것이 죄가 되는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늘 아내 덕에 먹고 산다는 말을 듣고 살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지만, 또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던 이태오는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로 봐주는 아름답고 어린 여자 앞에 서니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그는 그 짜릿한 감정에 뛰어들어 버렸습니다. 잠깐의 쾌락으로 시작한 관계였는데, 인생을 뒤 바꿀 만큼 깊어져 버렸고 어느새 안정적인 아내와 짜릿한 여자친구 모두를 원하는 아주 이기적인 인간이 됩니다. 그러니 사랑한 건 죄가 아니라는 기가 막힌 말을 내뱉지요.
그는 결국 아내를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택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친정의 자산과 권력을 빌려 본인이 하고 싶던 사업을 마음껏 하며 겉으로 보기에 아주 성공한 제2의 인생을 누립니다. 참 얄궂게도 전 와이프와 아들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보란듯이 성공한 모습으로 어린 딸 아이와 함께 다시 살던 고산으로 돌아와 성대한 파티를 엽니다. 그는 전 와이프를 모두 잊은 채, 새로운 사랑을 찾아 새로운 행복한 인생을 맞이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위태로워보이는 새로운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
그가 계속해서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지 이 드라마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듯 보입니다.
그리고 저의 해석으로는 결국은 그 사랑에 대한 감정은 순간일 뿐, 진정한 사람은 내가 지켜야하는 사람 그리고 약속한 상황을 지키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from http://free-hong.com/39 by ccl(A) rewrite - 2021-09-25 08:2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