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고 인정하라

공감하고 인정하라

1. 공감하고 인정하라

치열한 실전과 논쟁을 그치고 우호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싶은가? 상대에게 호감을 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여기에 답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테니까요." 이런 대답에 꼬투리를 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겠는가.

마음이 뻥 뚫린 사과

언젠가 방송에서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여사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난 그녀가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자라났으며 바로 그곳에서 작품을 집필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뉴햄프셔의 콩코드에 인터뷰를 하러 갔더랬죠."라고 말해 버리고 만 것이었다. 한 번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두 번씩이나 그렇게 말해버린 게 화근이었다.

이후 온갖 비난과 질책이 담긴 서신, 전보 등이 끊임없이 사무실로 날아들었다.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자라 현재는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다는 한 부인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분노를 토애했다. 그녀의 편지를 읽고 나니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하나님, 이런 여인과 결혼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비록 내가 말실수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은 무례한 편지를 보낸 것이야말로 훨씬 교양 없는 행동임을 지적해주고 싶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체면을 차리는 말 따위는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얼마나 무례하고 포악한 사람인지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무례하게 굴 수는 없었다. 그건 바보나 하는 짓이 아닌가!

난 이 갈등을 보다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내가 그녀였더라도 똑같이 느꼈을거야. 아마 더 분노했을지도 모르지'라고 생각을 바꾸자 갑자기 그녀에게 동정심이 느껴졌다. 후일에 필라델피아에 방문했을 때 난 그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몇 주 전에 제게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 속의 그녀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우아했다.

"누구신지요? 죄송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라서요."

"뵌 적이 없으니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전 데일 카네기라고 하는데, 몇 주 전에 제 방송에 대해 몇 가지를 지적해 주셨죠. 올컷 여사의 출생지에 대해 잘못 말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그러자 그녀는 미안한 듯이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카네기 선생님, 그때 제가 너무나 화가 나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부디 맘을 푸셨으면 좋겠네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죄송한건 오히려 저죠. 초등학생도 안 할 실수를 저질렀으니... 방송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드렸지만 부인께는 특별히 말씀을 전해야 했기에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나서 자랐고, 저희 집안은 지난 200년 동안 대대로 명망 있는 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줄곧 제 고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올컷 여사가 뉴햄프셔 출신이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저도 모르게 예민해졌나 봅니다. 그런 무례한 편지는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실로 마음고생이 심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한 잘못이긴 하지만 상처도 컸거든요. 하지만 부인처럼 교양 있는 분이 한낱 방송인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비평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나마 인사를 전하게 되어 기쁘네요."

이렇게 내가 먼저 사과하고 공감을 표하자 상대 역시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난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자신감과 함께, 원수를 은혜로 변모시킨 지혜로운 처사에 스스로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분노에 치를 떨던 부인이 한없이 순한 양으로 변하자 내 상처 받은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논쟁을 멈추게 하고 분노를 없애주는 비법이 여기 있으니, 아무리 교활하고 완고한 사람이라도 곧 우호적인 사람으로 변모하리라. 세상 대부분이 사람들은 공감과 인정에 목말라있다. 그러니 상대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 애쓴다면 자연스레 그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어느 부인의 편지

데프트 대통령은 그의 저서 <공직자의 윤리>에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계에 영향력 있는 남편을 둔 한 부인이 아들의 자리를 보아달라며 근 두 달간이나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는 적잖은 의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아들의 보직을 부탁하길 수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그 위치는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인지라 관련인사의 추천을 받아 임명했다.

얼마 후, 부인은 내게 배은망덕하며 편지를 띄웠다. 자신은 내가 관심을 가졌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온갖 힘을 다해 주의회 의원들을 설득했는데, 정작 자신의 부탁은 헌신짝 취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 힘들지도 않은 부탁을 거절하다니,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무례하고 졸렬한 사람에게라면 누구라도 매서운 질책을 퍼붓고 싶을 것이다. 물론 곧바로 반박편지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이라면 답장을 바로 부치는 대신 이틀쯤 뒤에 다시 한번 읽어볼 것이다. 사실 뭐 그리 긴급한 사안도 아니지 않은가. 이틀 후에 자신의 반박편지를 다시 읽어볼 때쯤엔 그 편지를 부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사라진 후일 테니 말이다. 나는 종종 이런 방법을 이용한다.

며칠 후, 난 평정을 되찾은 후에 답장을 썼다. 부인이 얼마나 상심했을지 그 고충을 이해하지만 그 보직은 대통령의 권한만으로는 임명할 수 없으며 반드시 엄격한 추천 및 자질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부인의 아들이 원하는 자리를 얻게 되길 희망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 편지 덕분에 부인의 마음이 풀렸던 듯, 며칠 후 '일정에 보내드린 편지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편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얼마 후, 내가 임명한 담당자에게 사정이 생겨 또다시 그 보직이 공석이 되었다. 이어 부인의 남편 이름으로 편지가 한 통 왔는데, 전에 받은 그 부인의 편지와 필체가 똑같았다. 부인이 이일로 상심한 나머지 신경쇠약, 위암 진단까지 받았다면서 죽은 사람을 살리는 셈 치고 그 보직을 아들에게 줄 수 없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난 곧바로 부인의 남편에게 '부인이 속히 쾌차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보직 임명은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이튿날, 백악관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우리 부부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 이가 누군지 아는가? 바로 그들 부부였다."

데프트는 말했다. "난 스스로의 분노를 제어할 수 있었다는 데에, 그리고 모욕을 호의로 되돌려주었다는 데에 만족감을 느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분기댕천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았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원망과 복수의 칼날을 자초하는 대신 좀 더 유연하게 거절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훨씬 낫다.

까다로운 성악가

솔 휴로크는 지난 20년 동안 최정상의 성악가들과 공연을 추진해온 최고의 원로 매니저이다. 그는 성격이 까다로운 예술가들과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도 그들과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휴로크는 세계 최고의 베이스 가수였던 표트르 살리 아핀의 매니저로 일한 적이 있었다. 이 위대한 가수는 마치 심술궂은 어린아이처럼 괴팍하게 굴며 휴 로크의 골치를 썩이기 일쑤였다.

휴 로크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모든 면에서 정말 끔찍한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음악회가 예정된 당일 낮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 "솔, 오늘 음악회는 취소하도록 해. 목이 너무 아프고 몸도 안 좋아."라고 통보하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휴 로크는 그를 탓했을까?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전혀 해결되는 바가 없음을 이미 알고 있는 휴 로크였다.

그는 곧바로 살리아핀이 묵고 있는 호텔로 달려가서 그에게 진심 어린 동정심을 표했다.

"저런, 불쌍한 친구. 이럴 수가 있나. 몸도 안 좋은데 공연은 무슨? 내 곧바로 공연을 취소하겠네. 손해는 조금 감수해야겠지만 명성을 잃어버리는 데 비하면 그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러자 살리아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글쎄, 잠시 있어보지. 5시쯤 다시 오게나. 그때 상황을 보세."

오후 5시에 휴로크는 다시 살리 아핀의 호텔로 찾아가 공연을 취소할 것을 누가 강조했다. 이에 살리 아핀은 "저녁에 다시 한번 들러주게나. 그때는 좀 나아질지도 모르니."라고 대답했다.

7시 30분 경, 까다로운 베이스 가수는 무대에 오르기로 마음을 굳혔다. 다만 휴 로크가 극장에 나가 '살리 아핀이 지독하게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는 물론 흔쾌히 동의했고 덕분에 음악회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동정을 갈구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고 싶어 하며, 어른들도 자신의 질병, 사고, 상처 등에 대해 이야기하려 안달이 나있다. 이렇듯 인간은 동정심을 구하는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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