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상 이혼이 가능한 6가지 이혼사유

재판상 이혼이 가능한 6가지 이혼사유

재판상 이혼을 하려면 협의상 이혼과는 달리 법에서 인정하는 이혼 사유가 있어야만 한다. 사랑이 식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Mohamed Hassan님의 이미지

프롤로그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중 이태오(박해준 분)의 대사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를 각색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는 강력하고도 뻔뻔한 항변을 남기고 떠났다.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이니 감정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치고, 과연 법적으로도 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따져보기로 한다. 엄밀히 말해서 형법상의 '죄'인지 여부를 따지는 건 아니고, 민법이 인정하는 재판상 이혼 사유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위 '합의이혼', 즉 협의상 이혼은 부부 양 당사자의 동의만 있으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려면 민법에서 인정하는 이혼 사유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혼사유의 존재 여부는 뒤에서 더 살펴보겠지만 법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누구에게 이혼사유가 있는지에 따라서 유책배우자가 결정이 되고, 이는 이혼의 청구권 뿐만 아니라 위자료 청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이혼사유가 있는 유책배우자인 경우 합의이혼에 이르기까지의 협상과정도 좀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I. 근거조항 :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만일 당신이 재판상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당사자라면, 아래의 민법 제840조를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우선 민법 제840조 본문은 아래와 같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위 1.부터 6.까지 총 6가지의 이혼원인이 존재하는데 이 중 1가지만 해당하더라도 재판상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 이혼사유가 존재하는 쪽이 유책배우자가 된다. 유책배우자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할 수 있고 재산분할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위 1.부터 6.까지 각 사유별로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법률상 부부에게 요구되는 '정조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이다. 여기서 '부정한 행위'란 배우자 아닌 사람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은 경우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외도도 포함된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경우 뿐만 아니라 온라인 채팅 등으로 정서적인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상기의 '부정한 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케이스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를 위헌결정하여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므로 예전보다 증거수집이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경찰을 대동하고 숙박업소를 덮치는 식으로 증거확보가 가능했다면 이제는 형법상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 등 공권력을 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배우자가 악의로 일방을 유기한 때

법률상 부부에게 요구되는 '동거, 부양의 의무'를 알면서도 지키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부양이 필요한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거나, 아예 나가서 딴 살림을 차린 경우(*만일 딴 살림을 차린 게 외도 때문이라면, 실무적으로는 1.에 포함시킨다.) 등을 말한다. 병이 들어서 돌봄이 필요한 배우자를 치료, 간호해주지 않고 내버려 두는 악질적인 경우도 있다.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3.과 4.는 대체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기에 묶어서 설명하기로 한다. 여기서 직계존속이라고 함은 부모, 조부모 등을 말한다. 즉, 배우자를 포함해서 시모, 시부(또는 장인, 장모)로부터 내가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내 부모나 조부모 등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이다. 대개는 시댁갈등, 장서갈등이라고 표현되는 경우를 말한다.

'심히 부당한 대우'는 폭넓게 인정되고 있지만 시댁갈등, 장서갈등이 있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전부 이혼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누구라도 겪을 법한 가벼운 말싸움을 티격태격 한 정도로는 이혼사유로 인정되기 어렵지만, 인격모독 수준의 심각한 언어폭력은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 신체적 폭력은 당연히 여기에 포함된다.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때

이러한 경우를 이혼사유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굉장히 부당한 결과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해외 오지로 탐험여행을 떠났는데 행방불명되어 3년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한국에 남아 있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다 잊고 새 출발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법원이 이혼 청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사람을 계속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를 이혼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위의 1.부터 5.까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6.에 해당하는 경우 이혼할 수 있다. 1.부터 5.까지의 사유가 없는 경우에만 6.을 이유로 해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6.만으로도 얼마든지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 범죄 전과를 숨겼거나, 중대한 질병을 숨긴 경우, 임신 능력이 없는데 있다고 거짓말한 경우 등 대부분은 신뢰가 위협받은 경우이다. 부부 관계에서 신뢰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1.부터 6.까지 각 사유별로 실제 사례들을 일부 살펴보았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법적인 증거수집이고, 법률 전문가의 조언이므로 가까운 법률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에필로그. '사랑에 빠지는' 게 형법상 범죄는 아니지만 이혼 사유는 된다.

위 이혼 사유 중 1가지만 존재하더라도 재판상 이혼 원인이 인정되어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혼 사유가 존재하는 쪽은 '유책배우자'가 되어 소송에서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는 "사랑에 빠지는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쳤고, 이제 더이상 대한민국에서 '간통죄'는 형법상 범죄가 아니기에 그의 말은 더욱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 놓고 외도해도 아무 죄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 형법상 범죄가 아닐 뿐, 민법에서는 여전히 유책배우자에게 이혼 청구권도 허락해주지 않을 뿐더러 위자료 배상 책임도 지우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상대방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도덕적, 윤리적인 영역에서의 죄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다.

늘 얘기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꼭 법률 전문가를 찾아가길 바란다. 당신이 사회적인 약자라면 더더욱 국가적 차원에서도 무료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니 꼭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당신의 권리를 구제 받길 바란다.

*필자는 법률 상담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댓글로 법률 상담을 요청하셔도 댓글이 달리지 않는 점 양해바랍니다.

from http://bambinoblue.com/4 by ccl(A) rewrite - 2021-09-11 18: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