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자연으로 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

채식주의자: 자연으로 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

<채식주의자> 한강 장편소설

갑자기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영혜

소설에 등장하는 영혜는 결혼 5년 차인 평범한 여자이며 아내입니다.

영혜의 남편이 영혜와 결혼한 이유는 영혜가 너무나 평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외모나 배경이 특별히 뛰어날 것도 없지만, 특별히 모자라는 것도 없는 영혜와 결혼한다면, 자신이 아내에게 잘 보이려 노력할 필요도 없고, 다른 아내들처럼 잔소리가 심하다거나 감정적으로 피곤하게 할 일도 없을 것 같으며, 그저 아무 문제없이 평범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녀는 살림도 잘했고, 요리도 곧잘 했습니다. 남편은 직장에 다녔고, 영혜는 프리랜서로 집에서 작업을 하며 소소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녀에게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답답해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생활을 하던 영혜가 어느 날 자다가 꿈을 꾸게 됩니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동네 사람들이 잔인하게 개를 잡아먹는 것을 본 기억이 그날 이후 떠오르게 되고, 영혜는 갑자기 육식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있던 고기, 계란, 심지어 우유까지 모두 내다 버립니다.

남편은 너무 황당했습니다. 영혜를 말리고, 설득해 보지만 그녀는 완강했습니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고 생기를 잃었습니다. 잠도 거의 자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직장 상사들과의 부부동반 모임에서 영혜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채 참석합니다. 그리고, 육식을 일절 하지 않으며,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고, 본인을 제외하고 육식을 먹는 모든 사람들을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남편은 영혜의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되고, 영혜 가족들의 격한 만류가 시작됩니다.

진짜로 이상해져 버린 영혜

영혜의 가족 모임에서 가부장적이고, 성격 급한 영혜의 아버지는 모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영혜의 뺨을 대리며 억지로 그녀의 입을 열어 고기를 먹이려고 합니다.

이를 거부하던 영혜는 그 자리에서 과도로 손목을 긋는 자해를 하게 됩니다.

가족들은 크나큰 충격에 빠지고, 집안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영혜는 응급실에서 위기를 넘기고, 일반 병실에 입원을 했습니다.

영혜의 어머니는 병원에 흑염소를 가지고 와서 한약이라고 속이며 영혜에게 먹이려고 합니다. 영혜는 흑염소를 한 모금 먹고서는 다 토해내고, 어머니가 가져온 흑염소를 다 버립니다.

그것을 본 어머니는 울며 영혜를 혼내고, 영혜는 마치 낯선 여자의 울음을 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당기고 눈을 감아버립니다.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고, 영혜의 남편이 병실에 함께 남게 됩니다. 영혜의 옆에서 남편은 잠이 들었고, 다음날 일어나자 영혜는 침대에 없었습니다.

남편은 황급히 영혜를 찾아 병원 복도와 로비를 살피며 다닙니다. 그리고 병원 뜰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니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영혜가 보입니다.

환자복 상의를 벗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젖가슴을 그대로 드러낸 채 영혜가 앉아 있었습니다.

"여보, 뭘 하고 있어, 지금."

남편이 다가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더워서 벗은 것뿐이야...... 그러면 안돼?"

영혜는 오른손을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움켜쥔 오른손을 펼치자, 새 한 마리가 벤치로 떨어졌습니다.

포식자에게 뜯긴 거친 이빨 자국 아래로, 붉은 혈흔이 번져있는 작은 동박새였습니다.

영혜가 그 새를 잡아 이빨로 뜯어버린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영혜는 왜 갑자기 채식주의를 고집했을까?

<채식주의자는>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을 입을 모아 "Grotesque"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Grotesque"는 기괴하고, 비성적이며, 극도로 부자연스러우며 흉측한 것을 형용하는 말입니다.

저 역시 상당히 불편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었는데, 읽는 내내 영혜의 진짜 심리가 어떤 것인지 찾으려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의 육식은 당연한 것들, 즉 상식, 관습, 예의, 법 같은 것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혜는 당연한 것들에 잘 순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래지어를 안 하는 습관으로 볼 때 그것은 천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었습니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면서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연의 모습으로 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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