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아내와 한일관계 및 역사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느꼈던 점들

일본인 아내와 한일관계 및 역사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느꼈던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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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파트너가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한일관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인 역사 관련 주제로 얘기를 나누어 본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좋은 결말로 끝나지는 않죠.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의 일본인 아내와 한일 역사 관련 주제로 다툰 횟수가 약 3번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현재는 서로가 굳이 관련 주제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인 약속이 성립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아무런 발전도 없이 현재와 같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서로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로 간의 입장을 열변하는 단계였다면 그다음은 양국의 입장을 신중하게 경청하는 단계, 마지막은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정리하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일본인 아내와 한일 역사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점들을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양국의 너무 다른 입장차이

우선 저와 아내가 양국의 입장을 모두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 이런 한일 간의 민감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을 때 받았던 인상은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양국 간의 입장 차이가 심각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전형적인 30대 초반의 일본인 여성인 저의 아내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 일본이 당시 나쁜 짓을 한 건 맞지만 일본도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였습니다.

물론 현재 저의 일본인 아내의 생각은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저런 역사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혀 가해자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시는 약육강식의 시대였고 일본도 피해국 중 하나라는 현재 일본 극우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똑같았습니다.

저 말을 들을 후 저는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같은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임에도 너무나도 다른 행보를 걸어온 독일의 예를 들면서 현재의 일본이 왜 한국을 비롯해서 주변국들에게 전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반대로 왜 독일이 같은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존경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설명을 다 들을 후의 일본인 아내는 확실히 설명을 다 듣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리고 독일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된 역사를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같이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근현대사를 학교에서 거의 배우지 않는 일본

실제로 아직도 일본의 초중고에서는 근현대사를 거의 배우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에게 역사 수업이라고 하면 조몬, 야요이, 헤이안, 나라 시대 등 한국으로 치면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등 고대시대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이며 근현대사는 아주 잠깐 거의 스쳐가는 정도로만 언급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한국과 일반적으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줄곧 일본 언론에서 보도되는 정보들과 각종 자신들의 피해받은 역사만 기억하려고 하는 국가적인 행사들을 접하고 살아온 일본인들이 가해자의 입장으로서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키워지기는 매우 어려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던 당시에 목격한 것 중에 하나가 일본인 대학생들이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 온 대학생들과 역사 관련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면 항상 일본인 학생들만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해서 같이 어울리지 못하곤 하는 일들이었습니다.

일본어에는 [ 臭い物に蓋をする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 냄새나는 물건에는 뚜껑을 덮는다 ]라는 뜻입니다. 즉, 자신들의 역사에서 어두분 부분들을 당당히 마주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 역사적 인식 및 사고 쪽에서도 자신들만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극우의 최대 성과

아베 전 총리를 필두로 한 일본의 극우 세력들이 일본의 쇠퇴를 몇십 년이나 앞당긴 것도 모자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일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딱 하나 이들이 이룬 최고의 성과는 장기집권을 기반으로 대대적인 우경화 정책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우민화 정책과 함께 자신들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들만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선전한 결과, 일본 국민들의 사고방식 또한 예전에 비해 상당히 우경화되어 있다는 것을 조금만 대화를 해보면 바로 알 수가 있죠.

더 큰 문제는 일본 국민들이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으로 인해 자신들이 어느샌가 우경화로 쏠려버렸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일본의 우경화는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질 가능성은 솔직히 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훗날 일본 역사에 현재의 일본 극우 세력들은 일본을 망친 대표적인 주범들로 반드시 기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이 싫은 것이 아니라 일본 극우가 싫은 것

저의 일본인 아내와 한일관계라는 서로 간의 민감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마다 제가 매번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 한국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반일은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와 일반적인 일본 국민들에 표적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예전부터 지금까지 혐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역사수정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일본 극우에 대한 분노라는 사실입니다.

2019년 아베가 갑작스럽게 수출규제를 걸어왔을 때 NO재팬 운동이 확산되었지만 사실상 NO재팬이라는 말보다 NO아베가 더 정확한 말이라는 것을 덧붙이면서요.

그리고 한국에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식민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인인지 일본 극우인지 그 정체성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으며 그들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일본인 아내에게 알려줬을 때 매우 놀라워하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많이 공부가 되었고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 이후 저와 일본인 아내는 지금까지도 한일관계에 대해서 서로가 굳이 입밖에 꺼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 정말 가끔 얘기를 나눌 때는 약간의 받아들이는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싸우는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인들도 이전 아베 정권과 현재의 스가 정권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기도 하며, 여전히 일본 서점에 가면 혐한 서적들이 당당히 전시되어 있고 사회적으로도 아직 남아있는 재일조선인,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이러한 차별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일본의 현실을 저의 일본인 아내가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직접 일본인 아내와 한일관계 및 역사 관련 주제로 대화를 나눠 본 경험에 대해서 정리해봤는데요. 돌이켜보면 한국인과 일본인이 같이 있으면 반드시 한 번은 거론되는 숙명과도 같은 흐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이외에도 많은 한일 커플, 한일 부부들 중에 아직 이런 민감한 주제로 싸워 본 일이 없으신 분들도 계실 테고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른 분들의 얘기도 많이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글을 작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조금이나마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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