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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후기 - 제발 숨막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후기 - 제발 숨막혀
오늘 소개할 영화는 보는 내내 정말 숨이 막히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1> 입니다. 최근 영화의 속편이 개봉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에 보러 가지는 못하고 VOD를 기다리는 중에 다시 한 번 복습해보았습니다. 영화의 감독이자 남편 역으로 나오는 '존 크래신스키'와 그의 아내로 나오는 주연 배우 '에밀리 블런트'는 실제로 부부 사이라 화제가 되었죠. 저에게 존 크래신스키는 <오피스>의 '짐'일 뿐이었고 에밀리 블런트야말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으로 정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배우였는데요. 둘이 부부라는 사실과 이 영화를 함께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공포영화이지만 봐야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귀신보다는 괴물이 나으니까요.
제발 숨 좀 쉬게 해주세요
영화는 괴물 때문에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괴물이 어떤 존재이고 왜 등장했는지 따위를 설명해주는 친절함은 없습니다. 다만 괴물은 눈이 멀어있지만 귀가 비상하게 밝아서 소리를 내게 되면 괴물이 찾아옵니다. 그렇지만 괴물은 아주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괴물을 물리적으로 공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괴물이 나타난 지 84일 째, 살아남아 살얼음판 위를 걷는 어느 가족은 아픈 둘째의 약과 생활용품 등을 구하기 위해 마트에 가게 됩니다. 막내는 그 곳에서 본 로켓 장난감이 너무 가지고 싶지만 소리가 나는 장난감이다 보니 아빠는 일단 건전지를 빼버리고, 가져가지 못하게 합니다. 어린 나이에 원하는 장난감도 가지지 못하는 동생이 안쓰러웠던 누나는 아빠 몰래 동생에게 로켓 장난감을 챙겨줍니다. 하지만 동생은 아빠가 빼두었던 그 건전지까지 함께 챙깁니다.
다리를 건너는 길에 건전지를 끼운 로켓을 켜고 마는 막내. 가족의 맨 앞에서 걷고 있던 아빠는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막내에게 뛰어가지만 괴물의 등장이 더 빨랐고 가족은 그렇게 막내를 잃게 됩니다.
어쨌든 가족은 살아가고 시간이 흘러 괴물 등장 이후 472일 째의 장면, 예정일이 가까워진 만삭의 엄마가 등장합니다. 첫째와 아빠는 막내 사건 이후로 사이가 좀 소원해진 듯 합니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딸에게 아빠는 자신이 새로 보강한 보청기를 끼워주려고 하지만 딸은 거부합니다.
비상의 상황을 위해 아들에게 생존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아빠와 둘째가 잠시 집을 떠나는데 첫째는 자신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들어주지 않고 딸은 또 화가 납니다.
아빠는 아들을 폭포로 데려가 그토록 큰 소리가 나는 곳 근처에서는 사람이 내는 소리가 묻히기 때문에 소리 내서 말을 하더라도 괴물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한 편 막내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아빠에 대한 화가 겹쳐진 첫째는 방에 들어갔다가 죽은 막내의 로켓 장난감을 들고 와 동생의 무덤에 놓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밖에 있는 동안 집에 혼자 남아있던 엄마는 지하에서 집안일을 하다 계단에 있는 못에 옥수수 자루가 걸려 넘어질 뻔 합니다. 보는 사람들은 그 때 그 못을 뽑아버리거나 망치로 박아버렸어야 한다고 수도 없이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모두는 밖에 있지만 진통이 시작된 엄마는 급하게 지하실로 내려가다가 결국 문제의 그 못을 맨발로 밟고 맙니다.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비명에 괴물은 엄마를 찾아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괴물에게 붙잡혀 죽지 않으면서도 진통을 견디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엄마는 대체 그 고통을 견디고 아이와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고 있는 그 곳이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된다
영화 제목이 콰이어트 플레이스인데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가장 조용해지는 곳은 영화가 재생되고 있는 그 공간입니다. 제가 있는 현실 세계에는 소리를 내도 괴물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말 심장을 조여 오는 긴장감과 몰입감에 깜짝 놀랄 때조차 큰 소리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소리를 냈다가 저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봐 무서운 마음조차 생겼습니다. 영화는 무언가를 부수거나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고요가 사람을 얼마나 놀래킬 수 있는지를 알게 하고, 몰입감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의 감동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저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부부가 또 아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나 지하실로 오가는 계단의 못 같은 것이 관객에게 너무나 고구마를 던져주기는 하지만 영화를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영화라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 2가 나온다고 했는데 언제 개봉하지?'를 가장 먼저 찾아보게 되는 영화였죠.
이제는 한 풀 꺾인 더위지만, 한 여름 밤에 더위를 쫓기 제격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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