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먹왕 랄프 2> 후기 - 친구라는 건

영화 <주먹왕 랄프 2> 후기 - 친구라는 건

한 줄 요약

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오늘 소개할 영화는 전편이 개봉한지 5년 뒤에 야심차게 등장한 <주먹왕 랄프 2> 입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이 영화를 접한 것 자체가 영화 1편과 2편이 다 나온 다음이었어요. 그래서 1편을 본 뒤 1편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2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한 고전 게임의 세상을 넘어서 인터넷 속으로 모험을 떠난 '랄프'와 '바넬로피'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랄프와 바넬로피, 인터넷 세상으로!

전작에서는 오락실 게임을 부수던 랄프가 이번에는 인터넷 세상을 부수러 갑니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친구가 되었죠. 그리고 평화로운 그들의 오락실 게임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중입니다. 낮에는 게임 속에 출근해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오락실 문이 닫은 후에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들의 일상을 보내는 것이죠.

하지만 바넬로피는 이제 자신의 게임인 '슈가 러시'가 너무 쉽고, 너무 쉬워서 지루합니다.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는 바넬로피를 위해 랄프가 새로운 트랙을 만들어주는데 그 트랙이 문제가 되어 슈가 러시 게임이 고장나고 말아요. 하지만 슈가 러시가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오락실 주인은 부품을 살 수가 없기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게임을 폐기하기로 하는데, 그러면 슈가 러시 속 캐릭터들은 실직자가 되고 말겠네요.

6년 전 1편에서 결혼한 칼훈 병장과 펠릭스 부부가 바넬로피를 제외하고 열 명이 넘는 슈가 러시의 레이서들을 입양하겠다는 철없는 결정을 하게 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결정을 했는지 깨닫게 되죠.

하지만 자신의 게임이 문닫을 위험에 처하자 의기소침해진 바넬로피를 위해 랄프와 바넬로피는 단종된 게임 부품을 살 수 있는 '이베이'라는 곳으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늘 양방향 통신이 아닌 단순히 일방향으로 진행되던 오락실 게임을 떠나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인터넷 세상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이베이에 도착한 둘은 게임의 부품을 찾는데는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터넷도 처음 보는 랄프와 바넬로피가 이베이의 시스템을 알 리가 없었습니다. 낙찰을 위해 가격을 부르는 과정이 그저 높은 숫자를 말하면 이기는 게임인 줄 알고 신나게 숫자를 높여 불렀다가 핸들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사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게다가 결제 가능 기한은 단 하루, 다급해진 랄프와 바넬로피의 절박한 돈벌이가 시작됩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방법 중에 고객이 원하는 아이템을 구해주는 방법도 있었는데요, 고객이 원하는 아이템인 차를 구해주면 게임 부품을 사고도 남을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우리의 레이서 바넬로피는 신이 나서 레이싱 게임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 게임은 피와 눈물은 있지만 룰도 트랙도 없는 슬로터 레이스였고 마냥 신난 바넬로피와 달리 랄프는 잔뜩 겁을 집어먹게 됩니다. 그리고 슬로터 레이스의 히어로인 '섕크'의 차를 훔치는 것 역시 가능한 일이 아니었고요.

거칠고 무섭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섕크 일행은 바넬로피의 사정을 듣고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바로 '버즈 튜브'에 영상을 올려 하트를 받는 것이죠. 아마도 현실 세계로 따지자면 '유튜브'가 아닐까 싶어요.

랄프는 자신을 내던져 말도 안되는 영상을 찍어가며 하트를 모으고, 바넬로피는 팝업창을 들고 마케팅에 나섭니다. 바넬로피와 잠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랄프를 설득한 바넬로피는 디즈니 사이트로 향하는데요, 이 디즈니 사이트에서 정말 성인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랄프는 바넬로피의 게임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넬로피가 슈가 러시로 돌아가지 않고 슬로터 레이스에 남고 싶어한다는 속마음을 듣고 말아요. 생고생을 해서 번 돈으로 핸들을 사려는 마음에 들떠있던 랄프는 바넬로피의 변심에 슬로터 레이스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고 번 돈으로 바이러스를 사서 슬로터 레이스 안에 풀어버립니다.

하지만 그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심각한 것이었고, 단순히 슬로터 레이스가 아닌 랄프 자신에게 가장 심각하게 작동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헤어지기를 거부하는 랄프의 마음이 집착이 되어 바넬로피를 쫓는 바이러스가 되고 말아요.

바넬로피와 디즈니 공주들과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랄프는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었고, 자신의 바이러스를 보고 바넬로피에게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에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정말 친구라면 그 친구를 자신의 곁에 묶어두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친구가 살고 싶은 삶을 응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고요. 결국 랄프는 오락실 게임으로 돌아가지만, 바넬로피는 슬로터 레이스에 남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활약하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들의 우정이 끝난 것은 아니에요.

그거 다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디즈니 공주들의 사연을 듣고 바넬로피가 했던 말입니다. 바넬로피 역시 공주이죠. 하지만 바넬로피는 디즈니 공주들처럼 드레스를 입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주들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노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바넬로피는 공주들에게 편안한 잠옷을 입게 도와줍니다.

디즈니 공주들의 등장은 너무 반가웠지만 바넬로피가 정곡을 찔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예쁜 드레스와 아름다운 머리카락, 감미로운 노래에 홀려 너무 폭력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생각해 왔던 건 아닌가요. 그 이야기가 정말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인지, 다시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진정한 우정이란

서로 너무 다른 성격인 랄프와 바넬로피의 우정이 저에게도 진정한 우정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우정도 사랑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가 걷고자 하는 길을 응원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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