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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사막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나무들
대청도 사막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나무들
피안의 세계에 선 나무들
백화암 건너편 개울에 설치된 철다리에 서니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에 슬며시 몸을 숨긴 계곡이 있어 보인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마음껏 심호흡을 해 본다. 숲길은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유쾌하다. 기분 좋게 걷다 보면 어느새 피안교가 나타난다. 주변 개울에는 신갈나무 느티나무 고목들이 살고 있다. 속세와 인연을 끊어 피안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그 이름에 걸맞게 다리를 건너면 바로 대흥사다. 일주문까지는 조릿대가 숲 아래로 가득 차 있다. 일주문을 지나 오른쪽 길로는 왕벚나무 천연기념물이 있다는 이정표가 있다. 거기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부도 밭이다. 수십 개의 부도가 가지런한 가운데 소나무 두 그루가 벗하고 서 있다. 부도 밭 밖에는 한아름도 더 되는 다섯 그루 소나무가 일렬로 서서 녹음 가득한 잎을 뽐내고 있다. 거대한 전나무나 느티나무도 주변에 있어 부도 밭을 환히 밝히고 있다. 주변 숲에는 비자나무 편백 삼나무들이 섞여 살고 있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곧 바위를 파서 만든 샘물이 나온다. 샘물 위에는 숲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자라는 서어나무 숲이 있어 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계곡을 건너는 운학교 주변은 동백나무 느티나무 전나무 신갈나무로 가득하다. 절 안에 있는 만자형 정원 한가운데에는 백여 년쯤 된 소나무가 있고 자태가 아름다운 향나무 한 그루도 서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연못가는 붉가시나무와 동백으로 둘러싸였다. 개울가의 커다란 향나무와 삼나무를 지나 대웅전으로 이어진 길에는 범상치 않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3미터 높이의 석축 위에 선 두 나무는 직경 1미터에 수관의 너비는 20미터나 된다. 뿌리와 가지가 붙어 있어 부부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웅전을 지나 일지암으로 가다
대웅전 양쪽에는 야자나무 두 그루가 정원수로 심겨 있어 이국적인 맛을 낸다. 예전 대웅전 앞마당에는 희귀한 아름드리 황칠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유지되었다면 더없이 좋았을 테지만 언젠가 베어버리고 그 뿌리조차 누군가가 파내어 가져갔다고 한다. 귀중한 나무를 소중히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질없이 화를 내본다.
대웅전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수련원 가는 길이 나온다. 계곡 주변 전나무가 유난히 푸르다. 편백과 소나무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보기 드문 외국 수종인데다 소나무도 몇 그루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숲이다. 어찌 보면 고유의 빛깔을 지니지 못하고 단순한 나무 전시장을 만들려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대웅전을 벗어나 일지암으로 간다. 오르막길 주변은 은행나무가 우람하고 굴참나무가 감초처럼 그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다소 경사진 길은 흙길로 이루어져 있으나 군데군데 포장이 되어 있다. 관리하기에 그 편이 좋았겠지만 자연미를 떨어트리는 단점이 있다. 자두만 한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동백 숲을 지나면 초의선사가 거주하던 암자가 단아하게 보인다. 일지암 근처에서는 남쪽 지방에만 사는 굴거리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손바닥보다 넓은 잎사귀를 잔뜩 달고 있는 붉은 가지가 인상적이다. 암자 앞마당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잠깐 있다 사라지는 안갯속에서 곧 안개처럼 흩어질 상념들에 젖어본다.
대청도의 숲과 사막
대청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한 섬으로 인천에서 2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쾌속선으로도 3시간 반이나 가야 한다.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청도 주민들은 비사방지를 위한 해안사방을 수십 년 전부터 실시해 왔다. 섬 주변에 백사장이 많아 바람에 날린 모래가 농경지를 덮고 집 안까지 들어와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10여 년 전에 실시한 해안사방의 흔적이 잘 남아 있다.
대청도에는 이곳에 살지 않으면 상상도 못할 모래사막 괴석과 어우러진 넓은 백사장 완벽한 해안사방으로 잘 자라고 있는 해송 방풍림으로 심은 100년 된 소나무들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66호인 동백 숲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큰 섬은 아니지만 걸어서 둘러보기에는 시간도 체력도 만만치 않게 든다. 따라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원하는 장소에 내려서 산책하는 식으로 여행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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