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15화

수탉의 피를 멀리 치우자, 문희는 오히려 냉정해졌으나 얼굴의 붉은색은 꾸물거리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를 안고 계단을 올라간 피수는 소파에 앉아 손끝을 움직여 문희 앞에 천천히 수경을 펼쳤다.

"뭐 하는 거야?"

문희는 수경을 보자마자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얼굴에 생긴 붉은 문신을 만지며 중얼중얼 물었다.

"이게 뭐야."

피수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도철의 요문이야."

문희는 얼굴을 옆으로 이리저리 돌리고 거울을 힘껏 쳐다보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걸 분간할 수 있어? 전문가네."

"분간할 수는 없지만, 네 몸에서 나는 도철의 요기 냄새를 맡았어."

피수는 그의 손뼈를 잡고 소매를 따라 조금씩 올라가면서 만졌다. 그의 피부 아래에서 천천히 흐르는 요력이 느껴졌고, 뚜렷한 박동이 평정을 되찾았다.

피수의 손이 문희 어깨를 만지니 품 속에 있는 사람의 얼굴은 이미 요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를 끌어당긴 피수는 그의 목덜미에 볼록 튀어나온 뼈를 더듬어 보았다.

전신이 차가운 꼬맹이의 이곳만은 뜨겁고 따뜻하다. 피수가 그를 풀어주며 말했다.

"도철이 너에게 요골을 남겨 너를 보호하고 있네. 방금 네 감정이 격해져서 자신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끼니 요문이 드러난 거야."

문희가 기뻐했다.

"그럼 지금 내 요력이 대단하겠네?"

"아래층의 원숭이 다섯 마리에 빗자루 하나 더 얹어줄 수는 있겠네."

피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문희는 말문이 막혔다. 거의 없었나 보네.

피수는 턱을 연거푸 쓰다듬었다. 아래층의 닭을 들고 올라와서 또 문희를 놀라게 하고 직접 잘 살펴보라고 하려 했는데, 꼬맹이는 방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손도 떨고 있으니 그만두는 게 좋겠다.

"너는 지금 수탉의 피를 겁낼 필요도 없어. 그런 것들은 모두 떠돌아다니는 고혼에게나 효과가 있지, 널 다치게 할 수 없어. 이따가 그들이 국을 끓여오도록 시킬 테니 두 모금 마셔."

의문이 든 문희가 물었다.

"이치대로라면 몸보신을 할 때는 암탉을 쓰는데, 왜 수탉을 써? 수탉은 양기가 강한데 만약 내가 하나 둘 셋 하고 어떻게 되면?"

피수가 손을 크게 휘둘렀다.

"네가 뭘 알아, 이건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거야. 게다가 내 몸의 양기가 수탉보다 훨씬 무거운데 네가 나한테 다가와도 괜찮지, 수탉 한두 마리가 뭐겠어."

적어도 수만 마리의 수탉이 있어야 자신과 견줄 수 있다.

문희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가 방금 아래층에서 한 짓을 생각하니 조금 창피하기도 해서 얼굴을 더듬으며 물었다.

"방금 요문이 드러났는데 괜찮겠지."

"괜찮아, 요문은 귀신에게 붙은 부적 같이 생겼으니 누가 알아보겠어? 알아차리면 내 것이라고 말해."

도철의 빚쟁이가 아니라면 어떤 용감한 요괴가 와서 말썽을 피우겠는가?

주렴이 흔들리고, 커튼 밖에 선 후이가 소리 높여 말했다.

"사장님, 아래층에 누가 찾아요, 부녀자 연합에서 상황을 조사하러 왔대요!"

피수가 눈썹을 들어올렸다.

"뭘 조사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가게에는 부녀자가 없는데."

부녀자 연합의 사람이 다가와서 신고전화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들은 뜻밖에 정중하게 먼저 자기소개를 한 뒤, 또 피수 이 대요괴에 대한 숭배와 신혼부부에 대한 안부인사를 했다.

문희는 피수 곁에 앉은 채로 얼굴이 굳어 있었다. 요괴는 역시 생각이 앞서네, 남녀와 비슷하기만 하면 연애에 구별이 없어.

부녀자 연합의 간부가 피수에게 웃음 지었다.

"제가 보기에 피 사장님께서는 풍아함을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는 노사 찻집이 있고, 당신에게는 밥집이 있네요."

*노사 찻집 : 다과를 즐기며 다채로운 공연을 관람하는 찻집

피수가 애써 웃었다.

"이건 우리 요괴계의 노사지."

…….

부녀자 연합의 간부는 연꽃 한 송이의 정령으로, 화합이선의 직계 제자이며, 요 몇 년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너무 많은 집안 갈등을 보았지만, 피수 이 파렴치하고 뻔뻔한 늙은이는 당해낼 수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누군가 저희 쪽에 당신의 가정폭력 행위를 고발했습니다."

피수와 문희는 같이 멍해졌다.

연꽃 정령이 문희를 바라보았다.

"여쭙건대 정말인가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저희가 당신을 보호할 겁니다."

문희는 막 고개를 저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구석에서 오조가 앞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며 피수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오조에게 제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피수가 버릇처럼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왜 그래?"

"오조가 왔어."

문희가 목소리를 낮추며 문을 가리켰다.

연꽃 정령은 눈앞에서 완고하게 바짝 붙은 두 사람을 보더니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제보가 잘못 들어온 것 같네요."

피수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매우 사이가 좋아. 그 어떤 제보도 다 거짓이지, 오늘은 그가 편식을 해서 성을 냈을 뿐이야."

연꽃 정령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저희를 도와 사진 한 장 찍어주시겠어요, 저희가 공식적으로 당신의 깨끗함을 알리겠습니다."

"……."

"……."

오조는 수업을 마친 후 친구들과 먹을 것을 찾아 나섰고, 어젯밤에 먹었던 그 집을 다시 찾아가기로 했다. 그 흰 목이버섯 연밥은 맛도 좋고 값도 싸다. 그가 문을 열자 문희는 보지 못했고, 오히려 단상에 서서 연극을 하는 가소진만 보였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자 가소진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소매를 걸치고 입을 열어 노래했다.

"나 또한 일찍이 경림연에 가서, 나 또한 말을 타고 거리 앞을 걷노니……."

무대 위의 악관은 옷소매를 나부끼며 노래하고, 무대 아래의 선비는 연극을 보며 온 정신을 집중한다. 시간이 한순간 겹치는 것 같으나, 이내 엇갈리고 말았다.

오늘은 가게에 사람이 많은지 곁에 있던 친구들이 오조를 밀쳤다.

"멍하니 서서 뭐 해, 자리 찾아서 앉자."

정신을 차린 오조가 다시 가소진을 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혹시 그녀를 본 적이 있나, 왜 이렇게 낯이 익은 것 같지?

오조는 학교로 돌아와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하면서도 그 종업원 누님과 어디서 만났었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익숙한 것 같았다. 집중력은 떨어졌고 앞에 놓인 연습 답안지는 절반도 쓰지 못한 채 하교 시간이 다 됐다.

그는 책가방을 메고 집에 돌아왔다. 마음속으로는 눈에 익은 가소진을 생각하고, 세수를 마치고 일찍 침대로 올라가 쉬려는데, 머리를 베개에 대자 어젯밤의 그 무서운 꿈이 생각났다.

오조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꿈을 설마 이틀 연속 똑같이 꾸진 않겠지? 오조는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늘 꿈에는 역사 정치가 없었으면 좋겠네.

그는 한동안 편히 잠을 잤다. 다만 문희는 지각은 하지만, 빠지지는 않는다.

오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앞에서 답안지를 세는 문희를 보며 멍하니 물었다.

"당신이 왜 또 왔어요?"

"나?"

문희가 손을 잠시 멈추더니, 이내 되물었다.

"나는 네가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자는지 묻고 싶은데. 내가 늦을수록 수업 시간을 한 시간 헛되이 낭비한 거야."

오조는 미치려고 했다.

"무슨 수업, 어젯밤에 당신 수업은 아예 안 끝났잖아요."

"너는 지금 성적에 아직도 수업이 끝나기를 원해?"

문희가 성적표를 꺼내 읽었고, 오조의 80점밖에 안 되는 수학 공개처형이 시작됐다.

오조가 석 자 높이로 뛰어오르더니 그의 손에 있는 성적표를 가로채며 물었다.

"당신이 어떻게 제 성적표를 갖고 있어요?"

묻고 나니 제가 어리석은 것을 깨달았다. 이건 자신의 꿈이고, 모두 제 대뇌피질 깊은 곳의 잠재의식을 반영한 것인데, 그가 그의 성적표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설마 그는 사실 공부에 관심이 많은 남자아이였던 건가? 그 옛날에는 먹고 마시며 어떤 사람도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했었다. 이제 작은 뜻만 품고 학년 중간에 머물렀는데, 정말 꿈속에서 진실한 자아를 볼 수 있는 걸까?

문희를 보자 눈이 부셔, 그는 자신의 진짜 자아가 이렇게 잘 생겼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싸!

"왜 나를 뚫어져라 보는 거니?"

문희가 조용히 물었다.

이런 열렬한 시선은 등골이 서늘해진다.

정신을 차린 오조가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잘생겼네요!"

"그러니."

문희가 자신 있게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내가 잘 생겼다고 생각해."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구리가 찍히는 느낌이 들었다. 피수가 그의 등 뒤에 몸을 숨긴 채 글씨를 써 헛소리 말라며 경고하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 수업을 시작하라고 했다.

오조가 그의 손에 들린 답안지를 보며 물었다.

"오늘도 역사를 공부하나요?"

문희가 한 번 헛기침을 하고 등 뒤에 있는 피수의 손을 손바닥으로 쳤다.

"아니, 오늘은 수학을 공부할 거야."

"수학?"

오조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머리를 감싸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수학 말고 수학 말고 수학 말고……."

…….

"너 지금 뭐 하니?"

"자기 최면 걸어요. 어차피 이건 제 꿈인데 스스로 최면을 걸 수 있다면, 당신도 수학을 안 하겠죠."

오조의 얼굴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뭐든 공부해야 한다면 수학이 아니어도 되는 거잖아요!"

문희가 차갑게 웃었다.

"네가 스스로를 몽둥이로 때려 기절하더라도, 깨어나면 이 답안지를 써야 해."

그는 답안지를 오조 앞에 펼친 뒤 학생 손아귀에 있는 힘껏 펜을 쑤셔 넣어 그에게 공연을 시작하라는 뜻을 나타냈다.

오조가 그에게 호소하며 매달렸다.

"안 하면 안 되나요."

이 안쓰러운 얼굴이 오언의 잘생긴 얼굴로 바뀐다면 약간 살상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눈이 네 개인 학생 오조일 뿐이고, 문희를 보면 머리가 저려올 뿐이었다.

"너는 애교가 어떻게 보이는지 아니?"

오조가 은근히 기대하며 말했다.

"어떻게 보이는데요?"

"어떨 것 없어, 못생겼지."

…….

젠장, 어떻게 꿈속에서 자신이 자신에게 욕을 할 수 있지? 이게 바로 정치 속의 자기비판인가? 얄밉네!

그는 붓을 놓고 접근하는 각도를 바꾸었다.

"그럼, 우리 답안지는 쓰지 말고 잠깐 얘기 좀 해요. 제가 오늘 우연히 식당 종업원을 만났는데, 당신은 누군지 알 거예요."

문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놈이 설마 그와 가소진이 누군지 알고 있나? 설마 그가 오늘 저를 봤나?

"결국 당신은 나잖아, 제가 만났으면 당신도 분명히 본 적이 있겠죠."

오조가 책상을 탁 치며 말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그 누님이 황매희를 부르는 게 참 듣기 좋았어요.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예쁜 줄 몰랐는데, 오늘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는 걸 보니 사람이 완전히 달라 보였죠."

어리둥절해진 문희가 참지 못하고 한바탕 웃었다.

"그래서 넌 첫눈에 반했니?"

"아니요, 그냥 눈에 익은 것 같은데. 어디선가 그녀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오조가 얼굴을 받치고 고민했다.

"내일 먼저 그녀에게 물어볼까, 그녀는 아마 우리가 어디에서 만났는지 기억할지도 몰라."

학생은 말하더니 또 우울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 내가 들어서자마자 나를 보고 웃었지. 틀림없이 나를 알 거야."

문희는 이 화본의 전개를 보며 기뻤지만 제 임무를 잊지 않고 오조의 꿈을 꺾으며 말했다.

"물어도 내일의 일인데, 오늘은 먼저 답안지부터 작성해라."

오조는 험난한 지형에 의지해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제가 매일 밤 자면서 꿈속에서 공부해 봤자 다음날 일어나면 기억 안 난다고요!"

깜짝 놀란 문희가 급히 물었다.

"오늘 일어났을 때 어제 외운 게 기억 안 났어?"

정말로 기억나지 않는다면, 어젯밤 그의 노력이 고기만두로 개를 때린 격 아니겠는가?

"그건 아니지만……."

오조가 약하게 대답했다.

"전부 기억해요, 그리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뺀 뒷부분도 전부 외웠어요."

문희가 마음을 놓으니 얼굴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

"그럼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빨리 문제를 풀어. 오늘 밤에는 수학 답안지가 세 장이나 있다."

목이 멘 오조가 한참 후에나 말했다.

"금요일에 월례 고사가 있어요, 이러지 마세요, 저 신경 쇠약해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리를 한 대 맞았다.

학생은 석 자 높이로 뛰어오르더니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가 노자를 때리느냐?"

피수가 또 손바닥으로 그를 눌러 의자에 앉혔다. 문희는 몸을 오들오들 떠는 오조를 보더니 자비를 베풀어 입을 열었다.

"답안지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혼내줄 거야."

"머리를 때리면 안 돼요, 이……."

문희가 손사래를 쳤다.

"안심해, 때리진 않을 거야. 나는 그저 요령을 가르쳐 줄 뿐이야."

모든 불만사항은 피수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되었고, 피 사장 선생님의 수업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아이의 학습 성적은 늘 좋지 않았고 아마 때리지 못한 것 같다. 한 대 때려보니 바로 알 수 있다.

오조를 누른 채로 밤새도록 문제를 풀게 했더니 문희는 확실해졌다. 이 꼬맹이는 못 하는 게 아니고, 귀찮고 게으른 것이다. 귀찮아서 머리를 써서 생각하기도 싫고, 귀찮아서 셈하기도 싫어한다.

피수가 옆에서 지켜봐서 망정이지, 혼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동이 트자 고된 교육을 끝마친 문희는 침대에 엎드려 한숨을 쉬었고, 피수도 한숨을 내쉬었다.

문희가 그를 보며 말했다.

"말은 계속 내가 했고, 너는 옆에 앉아서 보기만 했잖아. 왜 한숨을 쉬어?"

"내가 한숨 안 쉬게 생겼어? 요즘 애들은 고치기 힘들어, 다행히 나는 아들이 필요 없네. 만약 내 아들이 문제를 풀고 책을 읽는데도 이것저것 밀어줘야 한다면 천도가 그럴 필요도 없겠지. 화가 나서 죽겠다."

문희가 웃었다.

"네 아들이 된다면, 네가 손을 못 쓰겠네."

피수가 그에게 기대어 부채질했다.

"흥, 난 자식이 필요하거나 애인을 구하지도 않을 건데, 이 화제는 토론할 가치도 없어."

한 침대에 누워 있던 사람이 아닌 두 어르신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지금도 두 사람 사이에는 붉은 실이 이어져 있으니 뭐니 뭐니 해도 하늘이 정해준 상대이고, 하물며 어제 부녀자 연합에서 한 번 찾아왔으니, 피수가 문희에게 남들 앞에 보일 수 있는 신분을 준 셈이다.

그러나 지금 피수는 한 마디로 부정했고, 문희 역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피수가 가볍게 기침해 어색함을 끊었다.

"푹 쉬어, 나는 아래층에 내려갈게."

"내려가서 뭐 해, 너 밤새 쉬지도 않았잖아. 잠도 안 자려고?"

문희는 피수도 누워서 쉬라는 뜻으로 몸을 옆으로 돌리며 침대 안쪽에 기댔다. 그러나 한참 동안 인기척이 없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더니 이 요괴 어르신의 얼굴이 복잡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수는 침대에 누워 어두운 시트 위에 뽀얗게 빛나는 무방비 상태의 문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는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 꼬맹이가 나를 꼬시는 건가? 설마 그가 어제 한 말이 바람직하지 않은 희망을 주었단 말인가?

이것이 홍문연인가? 아니, 자신은 절대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정말 고귀하고, 평범한 인간은 어울리지 않아. 평범한 인간의 귀신도 어울리지 않아!

문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 무슨 생각 해?"

피수는 아직도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네. 꼬맹이는 단지에서 나온 뒤 드라마를 봤지만 아직 인터넷은 할 줄 모르지. 세상의 인심이 사나운 줄 모르고 '지남이상'이 뭔지도 모르잖아.

*지남이상知男而上 : 대략 남자를 좋아한다는 의미의 유행어

그는 이불을 덮어주며 진중하게 말했다.

"남자도, 스스로를 잘 보호해야 해."

"???"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문희가 하품을 했다.

"너 잘 거야 안 잘 거야, 잘 거면 빨리 불 끄고, 안 자도 불 끄고 빨리 내려가."

그는 말을 마친 후 피수의 손을 만졌는데 열이 나지 않는 것을 보고 그가 화나지 않은 것을 알자 말투가 좀 더 과감해졌다.

"요괴도 계속 잠을 안 잘 수는 없잖아, 내가 뉴스를 보니 급사할 수도 있다더라."

피수가 응 하고 대답했다. 그가 이불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보더니 머릿속이 갑자기 번뜩였고, 허벅지를 툭 치며 말했다.

"내가 생각해보니 네 강의가 이렇게 대단하잖아, 우리가 학원을 운영할 수 있어. 전문적으로 지점을 두고 운영하면서 오조 같은 학생들을 구제하는 거지. 맞춤형 수업 강도에 금액도 높여서……."

그가 말하자 문희가 이불속에서 한 손을 뻗어 문을 가리켰다.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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