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북유럽 신화 공허의 세계 긴눙가가프(Ginnungagap)
북유럽 신화 공허의 세계 긴눙가가프(Ginnungagap)
반응형
북유럽 신화 2편 이야기: 공허의 세계 긴눙가가프 이후 스토리
태초에, 그러니까 천지창조 이전 아무 것도 없는 세상에 오로지 북쪽의 얼음으로 가득한 니플헤임이라는 암흑의 공간과 남쪽에는 용암이 넘치는 무스펠헤임이란 불의 공간이 있었다.
니플헤임은 위의 이미지들처럼 음습하고 으슬으슬한 분위기이다. 곳곳에 서리와 안개가 가득하고 범상치 않은 액이 부글부글 끓기도 하다 흐르기도 하다가. 니플헤임에 흐르는 열한 개의 강은 흐베르겔미르라는 샘이 발원지이다.
요건 세계수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패스. 니플헤임은 북쪽의 추운 지역을 떠올리면 된다. 그리고 맞은 편 남쪽은 불의 나라.
북유럽 신화를 알면 모든 롤플레잉 게임의 원천이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환타스틱하다는 점. 가족 중심의 막장 드라마가 이집트 신화이고 다소 철학적이면서 인간적인 느낌이 그리스 신화라면 북유럽 신화는 스케일이 엄청 크다.
북유럽 신화가 주는 교훈이랄까, 특징이랄까, 훗날 북유럽인들의 기본 신념 같은 것이 있다면 거래와 보상의 원칙이라는 점이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른다. 뭐 그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남쪽의 무스펠은 불지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용암이 흐르고 형언할 수 없는 열기로 휩싸인 불구덩이. 그리고 이곳 끄트머리에는 신들보다 먼저 존재한 수르트가 서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장면에 불구덩이로 빠지면서 손가락이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수르트는 라그나로크(세상의 종말 혹은 멸망)가 도래해야 그자리에서 떠난다고 한다. 수르트가 신들과 세상을 불태우며 다시 리셋 모드로 돌려놓는 역할인가 봄.
어쨌거나 니플헤임과 무스펠헤임의 흐르는 용액이 긴눙가가프(Ginnungagap)라는 공허 속으로 흘러가게끔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동안 북쪽의 안개와 남쪽의 불길 사이에서 서서히 응고가 생기면서 빙하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나중에 북쪽의 음습한 지역은 얼음산을 만들고 남쪽은 따뜻한 날씨를 만들게 되는데 불과 얼음이 만나서 녹기 시작한 물방울에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한다. 여기서 수르트와는 다른 거대한 거인이 생성하는데 바로 거인들의 조상 되시겠다.
게다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아니 남자이면서 여자이기도 한 자웅동체형인 이 거인의 이름은 바로 이미르(Ymir). 한국에 이미르라는 아이가 없기를...(^^)
태초의 거인 이미르
'왕좌의 게임'에 나온 거인 괴물이 이미르와 비슷하지 않았으려나.
물방울에선 이미르만 태어난 게 아니었다. 이미르가 이름을 붙여준 암소 아우둠라도 나왔다. 아우둠라를 발견한 것인지 어디서 솟구친 것인지는 확인 불가. 불의 화신 수르트가 나그나르크 이후 리셋하면서 청소가 덜 되어 잔재가 남아 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냉동 인간 해동 되어서 살아난 것처럼 기후가 온화해지면서 생명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암소는 배가 고파 소금끼가 있는 얼음을 핥기 시작했더니 4개의 젖통에서 젖이 강물처럼 나와 이미르는 이 젖을 먹고 살았다.
그리고 계속 커졌다.
암소가 혀로 얼음 덩어리를 핥아 사람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얼음을 핥았더니 사람 머리가 보이고 다음 날도 핥았더니 머리 전체가 그 다음에는 완전한 형상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얼음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나왔고 그가 바로 신들의 조상 부리(buri)이다.
대략 이런 그림?
한편 이미르는 잠을 자는 동안 수많은 거인을 뿜어댔는데
겨드랑이에서 남자 거인과 여자 거인이 태어났고 다리 사이에서는 머리가 여섯 개 달린 거인이 태어났다.
수도없이 뿜어댔다고....
한편 부리는 거인족 여자와 결혼해 아들 보르를 낳았다.
독일 출신 모델 나디아 아우어만
부리 부자는 툭하면 이미르가 낳은 거인들의 공격을 당하는 가운데 베스틀라라는 거인의 딸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세계에서 가장 다리가 긴 나디아 아우어만처럼 생겼지 않을까 싶다.
보르는 베스틀라와 결혼해 세 아들인 오딘, 빌리, 베를 낳았다.
아무것도 없는 긴눙가가프라는 심연에 갇혀살고 있던 세 형제는 암소 젖이나 빨면서 기괴한 거인이나 양산해내는 이미르를 저주했다. 그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얘기하며 계획하며 꿈을 꾸면서 이미르를 죽여야겠다는 결심 한다. 이미르를 죽여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삼형제는 이미르를 칼로 찌르며 죽게 하였다. 공교롭게도 이미르의 시체는 물이 아닌 피로 넘쳤고, 거대한 피의 홍수를 이루어 이미르가 싸질러 놓은 거인들은 핏물에 휩쓸려 다 죽어버렸다. 유일하게 이미르의 손자 베르겔미르 부부만 살아남았다. 이 날 이후로 생긴 거인들은 베르겔미르 부부의 후손으로 볼 수 있다.
세 형제는 이미르의 피로 바다를 만들고, 살로 흙을 만들었다. 뼈로 산과 절벽을 만들고 구름은 이미르의 두개골 속에 있는 뇌수라고 하니 끔찍하네.
지금도 지구 편평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미르를 죽인 세 형제는 세상을 평평한 원반 모양으로 규정해 놓은 듯하다. 가장자리를 둘러싼 바다 근처에 거인들이 살고 있다고 보아 이미르의 속눈썹으로 세상의 중심부 둘레에 벽을 만들었다. 그 안쪽 세상을 미드가르드라고 불렀는데 말 그대로 midgard 중간울타리. 이렇게 세 형제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놋트(nott, 밤)라는 거인 여자와 그의 아들 다그(dagr,낮)를, 무슨 잘못을 했는지 끌고와 말과 마차를 주며 하루 12시간씩 달리게 하여 밤과 낮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여 천지창조 일단 완성.
문제는 새집을 지어놨는데 분양이 안 된 것이다. 좀 말이 안 되는 신화이긴 하지만... 사람을 찾은 건지 거인을 찾은 건지 알 수가 없네.
물푸레 나무 느릅나무
세 형제는 사람을 찾는 대신 죽은 느릅나무와 물푸레 나무를 발견했는데, 어떻게 구분하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얘들이 단단하고 견고하다고 하니, 이것을 가지고 사람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뭇가지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통나무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지만, 중요한 건 북유럽 사람들은 나무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 풍습이 오래 되었다는 점. 크리스마스 트리도 북유럽 문화에서 건너온 것이고, 나무의 요정, 숲속의 요정은 물론 나무를 사랑함. 통나무로 사람을 만들어 생각도 불어넣고 생기도 불어넣고 생식기도 구분해서 만들어 주고 이름까지 지어줬다.
남자는 물푸레 나무를 뜻하는 아스크(ask)라고 지었고 여자는 느릅나무라는 뜻의 엠블라(embla)라고 지었다.
정리하자면
물과 불이 만나는 지점에 긴눙가가프라는 공허의 세계 혹은 심연의 세계가 생기고 그곳 물방울에서 거인 이미르가 탄생했고 얘가 암소 젖만 빨아 먹으며 거인 대거 양산해서 그게 꼴도 보기 싫었던 태초의 신 부리의 손자 셋 오딘, 빌리, 베가 이미르 죽이고 이미르 시체로 원반 형태의 세상을 새로 창조하여 미드가르드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물푸레 나무와 느릅 나무로 뚝딱뚝딱 남자와 여자, 즉 인간의 조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오딘이 통나무 조상님에게 숨결을 불어 넣어 주셔서 그를 만물의 아버지로 부른다고 함.
반응형
from http://goodinj.tistory.com/1029 by ccl(A) rewrite - 2021-07-05 12:27:22